■ 심은하 / 숭실대 수학과 교수
[앵커]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확진자를 예측하고 적합한 방역 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요. 바이러스 전파력이나 백신 접종률 등이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학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기법이 빛을 발하고 있는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수리 모델링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에 이바지 하고 있는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얼마 전 교수님께서 함께 참여하고 계시는 코로나19 수리모델링 TF에서 유행 예측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마쳐도 11월 말까지 집단 면역 형성이 어렵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고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정부 계획대로 9월까지 국민 70%의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국민 70%의 2차 접종을 마친다고 해도, 델타 변이의 확산이 계속된다면 11월 말까지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지난 7월 발표하였습니다. 델타 변이는 기존보다 전파력이 2배 정도 높은 데다가, 젊은 층의 감염확률이 중장년층보다 2.5배 높기 때문인데요.
또한,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 효능은 백신에 따라 2차 접종 후 약 60~70% 정도로 예방 효과가 떨어집니다. 게다가 1차 접종만 했다면 그 예방 효과는 40% 미만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면 백신만으로는 확진자수를 낮추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전파력이 높은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접촉률이 높은 젊은층의 백신 접종이 확산세를 낮추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20, 30, 40대의 1차 접종률이 30%대이기 때문에 4차 대유행의 확산세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젊은층의 접종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봅니다.
[앵커]
그렇다면 집단면역 형성이 어렵다고 예측결과가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기초 재생산지수가 5~7이나 되는 델타 변이가 확산 시 백신의 효능이 70% 정도로 낮은 상황에서 유효 재생산 지수를 1 이하로 떨어뜨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상황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75%로 달성하였을 때 집단 면역 형성이 가능합니다.
기초 재생산 지수가 3이라고 보고 접종률이 75%, 백신 효율이 95%라고 가정하면, 화면과 같은 계산 결과가 나옵니다. 이 경우 유효 재생산 지수가 1 이하이기 때문에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상황에서는 백신에 의존한 집단 면역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델타변이의 경우 기초 재생산 지수가 7이라고 가정하고 백신의 예방 효과를 70%라고 가정하고 계산을 다시 해보면 75%의 예방접종률을 달성한다고 하여도 유효 재생산 지수가 3.33으로 계산됩니다.
심지어 접종률을 1에 가깝게 끌어올린다 해도, 즉 모두를 접종한다고 하더라도 유효 재생산 지수는 1 이하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델타 변이가 유입된 상황에서 백신으로 집단 면역을 형성하는 것은 실제로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수학적으로 분석해보니 이해가 쉽네요. 또 나 여쭤보고 싶은 게, 아직 4차 대유행의 정점은 오지조차 않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은데, 수리 모델링으로 예측해보면 4차 대유행의 정점은 언제로 전망하십니까?
[인터뷰]
정점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4차 유행의 특징을 짚어봐야 하는데요. 4차 유행이 지금까지 1, 2, 3차 유행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백신 접종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확산세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현 상황에서 활동량이 10%만 늘어나도 확진자가 최소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저희가 예측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젊은 층이 델타변이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접종률은 낮다 보니 4차 유행을 막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따라서 4차 유행은 9월까지도 완만하게 진행되고 이후 점점 완만하게 꺾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자면 2학기 개학과 맞물려서 등교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10대 학생들 사이에 전국적으로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12세 이상으로 백신 접종 연령대가 확대되었는데요, 등교수업을 안전하게 하려면 12세 이상의 학생들의 백신 접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앵커]
정부에서는 40대 이하 백신 접종이 속도가 붙으면 확진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정부 기대대로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면 지금의 확산세가 확 꺾일 것으로 예측되나요?
[인터뷰]
40대 이하의 백신 접종은 확실히 확산세를 꺾는 데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었기 때문에 백신의 효과가 전체적으로 감소된 상황이고 좀전에 말씀드렸듯이 백신만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집단 면역의 형성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확진자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백신 수급과 접종속도가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2차 접종보다는 젊은층의 1차 접종에 백신 수량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확산세를 꺾는 데 유리하다고 예측됩니다. 또한,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집단감염을 막으려면 12세 이상 학생들의 백신 접종도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은, 백신 접종의 속도가 느려지면 오히려 변이가 생기거나 확산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접종속도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앵커]
앞서도 언급하셨지만, 교수님은 이미 올 초에 확진자 수를 줄이려면 30~40대부터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셨잖아요. 지금의 확산 상황을 보면 교수님의 예측이 맞았던 건데, 어떻게 그런 예측을 하셨나요?
[인터뷰]
코로나 확산의 수리모델링에는 여러 가지의 중요한 모수가 포함됩니다. 그중에는 코로나19의 확산력도 포함되는데, 바이러스의 확산력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감염 전파 기간이나 접촉당 감염확률 및 연령별 접촉률 등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접촉률은 대체로 젊은 연령층에서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연령별 모수를 사용한 확산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예측해보면, 연령대별로 감염확률 및 전파확률을 알아낼 수 있고,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저희 연구팀은 확진자수를 줄이려면 활동량이 많은 30~40대의 백신 접종을 우선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확산 예측 수리모델링을 이용하여 다양한 백신 정책을 시나리오별로 미리 시뮬레이션하면, 백신 정책에 따른 효과를 각각 예측해 볼 수 있는데요. 전파력이 높은 델타변이의 경우에는 더욱더, 백신 물량을 2차 접종보다 젊은층의 1차 접종에 집중하는 것이 확진자수를 줄이는 데에는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앵커]
코로나 감염 상황이나 효과적인 백신 접종 계획 등을 수리 모델링으로 예측한다는 게 사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수리 모델링을 통한 예측이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인터뷰]
감염병 확산의 수리 모델링은 매우 다양한 기법이 사용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슈퍼컴퓨터까지 동원된 시뮬레이션 모델링까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기본적이며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결정론적 수학적 모델링인데, 이 모델 중에서도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을 드리자면, 기본 가정으로 인구 그룹을 질병에 걸릴 수 있는 감수성자 그룹, 증상이 있는 감염자 그룹, 회복자 그룹 등 세 그룹으로 나눕니다.
즉, 질병에 감염될 수 있는 사람들이 시간이 감에 따라 그중 일부가 감염자 그룹으로 이동하고 일정 시간 이후에는 회복자 그룹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모델링은 이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한국 유행 상황에 맞게 구축되었으며, 변수나 모수의 개수가 이보다 더 늘어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수리 모델링을 사용하여 앞으로 일어날 감염병의 확산을 미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백신 사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하여 수식을 변경하고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하여 확산 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기도 합니다.
[앵커]
수리 모델링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이 수리 모델링이 지금처럼 감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건가요?
[답변]
감염병의 확산을 막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감염병의 전파 양상을 분석하고 중재 방법의 효과를 예측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수학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실험으로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비윤리적일 때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가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리모델링이 감염병 관련 정책 결정에 유용한 이유는 질병 확산의 예측과 여러 가지 정책 효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입니다. 감염병이 초기에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기초 재생산 지수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고, 백신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정책이 시작되었을 때엔 유효 재생산 지수를 측정하여 중재 정책의 효과를 수치화해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또한, 백신 접종이나 자가 격리,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약물치료 등의 다양한 정책의 효과를 미리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예측하고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신의 물량이 제한적일 때 우선 접종해야 하는 연령층을 예측하거나, 또는 백신과 치료제가 동시에 존재하지만 한정된 비용을 사용하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부의 최적화된 예산 배분 등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수리모델링은 실험이 어려운 감염병 확산의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예측할 수 있게 해주고, 정책 결정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수학이 어렵기만 하고 실생활에 큰 관련이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온 분들은 오늘 교수님 말씀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수리 모델링을 연구하게 되셨나요?
[인터뷰]
우연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학부를 캐나다 UBC에서 공부를 하였는데 석사 과정에 들어갈 때 즈음 우연히 Fred Brauer 교수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학적 개념을 이용해서 백신 접종을 많이 했는데도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발표를 해주셨는데. 제가 너무 감명받고 부탁을 드려서 후에 저의 석사 논문 지도교수가 되어주셨어요. 그 발표를 듣고 제가 수학이 이렇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 이후로 모델링을 감염병 확산에 응용해서 이쪽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마음은 한정적인 능력이나 시간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제가 하는 연구의 성격이 방향이 좀 같은 부분이 있어서 연구 하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을 듣고 나니 감염병 확산을 막고 대응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학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수리 모델링 TF팀에서 다양한 연구를 하실 것 같은데요.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나 방향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저희가 지금 진행하고자 하는 연구가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일단 일부에서 보이고 있는 백신 기피 현상이 정부의 접종 정책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집단 면역의 형성 여부를 게임이론을 이용하여 분석하는 연구를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 외에 저희 연구팀의 단기간의 계획은, 국내 부스터 백신 접종 방안에 대하여 모델링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은데요. 현재로써는 코로나 백신 1, 2차의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부스터 백신의 접종률을 높이는 것보다 확진자를 줄이는데 더 높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코로나 백신 1, 2차 접종이 어느 정도 완료된 이후에는 아마도 부스터 백신, 즉 3차 접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백신의 예방 효과는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부스터 백신은 백신 접종이 완료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부스터 백신의 국내 도입 시기는 언제가 가장 적절한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중증도가 높은 고령층과 접촉률이 높은 젊은층을 비교하여, 부스터 백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연령대를 예측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부스터 백신의 필요 물량 및 도입 시기를 계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앵커]
수리 모델링이 코로나 상황에서 일기예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코로나 극복에 많은 도움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숭실대학교 수학과 심은하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